개는 천재다
🔖 개, 늑대, 침팬지 그리고 여우를 통해서 이제 가축화의 초기 단계, 그리고 사회적 기술에 대한 가축화의 효과가 명확해졌다. 인간과 개의 놀라운 관계는 늑대 집단이 인간 근처의 식량원을 이용하면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. 자기가축화(self-domesticated)된 동물과 마주치는 중에 인간은 이 원시개가 인간의 몸짓과 목소리에 반응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. 이 개들은 촌락 주변에 살면서,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크게 짖어 조기경보시스템 역할을 했을 것이다. 기근이 들었을 땐 결정적인 식량원이 되었을 것이다. 늑대 뒤를 쫓아다니면서 사냥한 먹이를 구하는 까마귀처럼, 이 원시개들은 인간 사냥꾼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면서 사냥 현장에서 짐승을 도살할 때 버려지는 찌꺼기를 주워 먹었을 것이다.
탄자니아에서 오늘날에도 하드자(Hadza) 수렵채집인이 꿀잡이새를 따라다니며 꿀이 찬 벌 둥지를 찾는 것처럼, 인간은 이 원시개가 먹이를 쫓거나 짖기 시작할 때 주의를 집중했을 것이다. 개들이 먹잇감을 구석에 몰았을 때 인간은 무기를 투사해서 사냥을 끝냈을 것이다. 그러는 내내 자연선택은 계속 인간에게 가장 우호적인 개를 선호했다. 실험 연구에서 개들은 실험군 여우와 마찬가지로 다른 개들과 함께 있기보다는 인간과 함께 있기를 더 좋아했다(인간의 손에서 자란 늑대는 인간보다 다른 늑대를 더 좋아한다). 이렇게 인간을 좋아한 덕분에 개는 촌락의 외곽에서 집 안으로 들어와 화롯가 깔개를 차지할 수 있었다.
이 모든 것을 합치자 훨씬 더 큰 질문이 떠올랐다. 다른 종에게도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? 만일 자연선택이 자기가축화를 낳을 수 있다면, 다른 야생종도 스스로를 가축화할 테고, 거기엔 인간도 포함될 것이다. 인간의 인지가 이토록 정교해진 것은 가장 영리한 사람들이 생존해서 다음 세대를 낳았기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. 하지만 어쩌면 생존의 이점을 가진 사람은 더 친근한 사람들이었을지 모르고, 개와 여우처럼 이 사람들이 우연히 더 영리해졌을지 모른다. 개의 자기가축화는 인간 본성에 관한 어떤 진실을 우리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까?